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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지는 마세요.이 금선대는 이제 네 사람의 존영을 모신 진영 덧글 0 | 조회 47 | 2021-04-13 00:48:17
서동연  
서두르지는 마세요.이 금선대는 이제 네 사람의 존영을 모신 진영각으로 불려지고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이 산중이 낳은 네 명 대선사의 진영이 봉안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이곳에 오신 이상 네 사람에게 향을 피워 올려 참배를 드리는 것이 예의겠지요. 저희들 산중의 납자들은 정월 초하룻날이나, 돌아가신 날 같은 때 이곳에 모여 전대중이 인사를 올리곤 합니다.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던 아내가 불쑥 옆자리에서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경허의 머리속으로 (남전대장경)에 수록되어 있는 시경의 구절들이 떠올랐다.계허는 건봉사를 중수하기 위해 한동안 금강산에 머물고 있었는데 그때 계허는 금현 장로 밑에서 시봉을하고 있는 만화를 만나 두 사람은 십년이 훨씬 넘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다정한 벗이 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나는 이것을 보러 왔다.만화는 잠시 말을 끊고 경허를 쳐다보았다.난, 난 약을 먹었어요.나는 활짝 열린 방문 밖에서부터 흘러들어온 화창한 봄 햇살이 머문 어머니의 창백한 얼굴을 쳐다보면서 생각하였다.간신히 뜨락을 밝히는 석 등의 불빛 속에서 스님 하나가 대웅전을 향해 도량석을 시작하고 있었다.어머니의 고무신이다.저녁 무렵이었는데도 들판에서는 번쩍번쩍 번개가 일어나고 뒤를 이어 하늘이 찢어지듯 천둥소리 요란하였다.새벽닭이 울 때까지 가르침은 계속되었는데 사미승의 총기는 대단하였다. 한낮에 혼자서 나무하고 물긷고 빨래하고 밥짓는 그 모든 일을 도맡아 하여 밤이 깊으면 피로하고 곤고하련만 사미승의 눈빛은 밤이 깊어 갈수록 또렷또렷 밝아 오고 빛나기 시작하였다.전국에서 모여든 빼어난 학인들은 만화를 대강백으로 모시고 불철주야 공부에 정진하고 있었다. 만화는 20대 초반의 청년승이었으나 벌써 교학의 종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겨우 소년 티를 벗고 있는 사미승인 주제에 밤이면 밤대로 잠자고 낮이면 낮대로 조는 경허를 탐탁하게 않았음은 당연한 일이었다.이럴 줄 알았더라면 오전 일찍 서울을 떠나 빛 밝은 한낮 무렵에 찾아왔으면 좋았을 텐데.그 자신 뛰어난 화가
중은 일념으로 아미타불을 외어 나갔다.그러자 부처님이 대답하셨다.그땐 참 많이도 이 무덤가에 찾아오곤 하였지요, 아버지.아, 아닙니다. 워낙 늦잠을 자던 습관이 있어 놔서. 열 한시쯤 일어나는 것이 보통이니까요. 상관없습니다.그리하여 받은 집 한 채를 바꾸어 기생집을 만들어 평생을 술에 취하여, 노래에 취하여, 춤에 취하여 살아온 내 어머니. 그녀는 어디로 갔는가.틀림없는 내 방이었다. 낯익은 책상, 낯익은 달력, 낯익은 벽지의 무늬. 분명히 내 방에서 내가 잠을 자고 있음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가. 내 방 내 잠자리에 웬 젊은 여인이 잠들어 있는 것일까. 그것도 겉옷은 벗어버린 내의차림으로. 방안이 좀 더웠는지 이불을 걷어차고 두 다리 사이에 끼고 잠들었으므로 흰 다리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그 흰 살결이 새벽 미명 속에서 내 눈을 찌르고 있었다.선비는 여기까지 결심하고 계허를 찾아가 그 동안 한여름을 편안히 보내게 허락하였음을 정중히 감사드리고 나서 흉중의 마음을 털어놓았다.메멘 또 모리..그렇습니다.곧 나가겠습니다, 스님.그렇습니다. 마마, 이제 소승이 마마께 묻겠사온데 마마께서는 금강역사의 철퇴로써 대갈통이 깨어지시겠습니까, 아니면 바른 대로 일러 말씀하시겠습니까.그럼 비구들이여, 그대들에게 할 말은 이렇다. 모든 현상은 끊임없이 변천한다.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여라.중은 가볍게 사내에게서 지게 막대를 빼앗아 들고 단숨에 지게를 메어 졌다.그러므로 내가 평생 동안 간직하여 오던 그 염주는 만공 스님의 것이 아니라 경허 스님의 소유임이 비로소 밝혀진 것이다.다만 아버지의 무덤과 나란히 누워 있는, 명성황후에 의해서 비참하게 죽어간 생모 장씨의 무덤 앞에만 다음과 같이 묘비가 새겨져 있을 뿐이었다.나는 그저 부끄러웠다.아니룻다야, 너는 어찌하여 집을 나와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있는 것이냐.그 점은 다행이었다.수행에 게으르지 말며얇은 한지에 가는 붓으로 써 내려간 간단한 내용의 답장이었다.육 개월쯤 지나서 어느 정도 마음이 안정을 되찾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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